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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왜 멕시코시티를 기억의 도시로 만들었을까? | 영화 속 도시 읽기 #10

by 시네시티 2026. 6. 4.

영화를 통해 도시의 역사, 문화,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읽어보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오늘은 영화 로마를 통해 멕시코시티라는 도시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로마는 왜 멕시코시티를 기억의 도시로 만들었을까?
로마는 왜 멕시코시티를 기억의 도시로 만들었을까?

 

 

 

도시는 언제 기억이 될까.

유명한 랜드마크를 보았을 때일까, 아니면 특별한 사건을 경험했을 때일까.

우리는 흔히 도시를 관광지로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로 오래 남는 것은 평범한 거리와 일상의 풍경인 경우가 많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바로 그런 기억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가족의 식사,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비 오는 거리의 풍경.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은 멕시코시티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로마》를 보고 나면 특정 장면보다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앨범을 함께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이 남는다.

 

 

 

도시의 역사적 배경 : 변화의 시대를 지나던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거대한 도시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은 멕시코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초반이다.

당시 멕시코는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도 존재했다.

특히 영화 속 시기는 멕시코 현대사에서 중요한 정치적 긴장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로마》는 거대한 역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가정의 일상을 통해 시대의 공기를 보여준다.

거리의 소음, 시위대의 행진, 변화하는 도시 풍경은 배경처럼 지나가지만 그 자체로 당시 멕시코시티의 모습을 기록한다.

흥미로운 점은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 속 멕시코시티는 객관적인 도시가 아니라 기억 속 도시처럼 느껴진다.

실제 장소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인 셈이다.

 

 

 

영화 속 공간 분석 :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 주인공이 되다

《로마》에는 화려한 관광 명소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주택가 골목, 옥상, 시장, 영화관, 도로 같은 일상적인 공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매우 의도적인 선택이다.

감독은 멕시코시티를 관광 안내서처럼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자체를 기록하려 했다.

영화의 제목인 '로마' 역시 고대 로마가 아니라 멕시코시티의 로마 지구(Colonia Roma)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지역은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동네였다.

영화 속 카메라는 공간을 천천히 관찰한다.

긴 롱테이크 장면들은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자동차가 지나가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상인들이 물건을 판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관객은 점점 도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흑백 화면은 영화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색채가 사라진 공간은 오히려 기억처럼 느껴진다.

관객은 현재의 도시가 아니라 과거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로마》의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며,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도시가 인물에게 미친 영향 : 기억은 공간 속에 남는다

영화의 중심에는 가정부 클레오가 있다.

그녀는 한 가족의 일상을 돌보며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삶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바로 그 평범함에 집중한다.

클레오는 도시의 수많은 공간을 오간다.

집과 거리, 병원과 상점, 해변과 광장을 지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상실, 사랑과 슬픔을 경험한다.

도시는 그녀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모든 순간을 조용히 품고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멕시코시티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인물들의 삶이 축적되는 장소다.

우리는 종종 사람만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간도 함께 기억한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 자주 가던 가게, 학교 앞 골목처럼 말이다.

《로마》는 바로 그런 기억의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클레오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시가 그녀의 삶을 묵묵히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특정 사건보다 공간이 먼저 떠오른다.

그것은 도시가 기억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 : 멕시코시티는 기억을 보관하는 도시였다

《로마》는 거대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천천히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은 결국 한 도시의 초상이 된다.

멕시코시티는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쌓여 있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도시를 여행한 느낌보다 누군가의 기억 속을 걸어 다닌 느낌이 남는다.

결국 《로마》가 보여준 것은 과거의 멕시코시티가 아니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흔적이었다.

 

 

영화 속 도시 읽기 #10

이번 글에서는 《로마》를 통해 멕시코시티라는 도시를 살펴봤습니다.

영화는 거대한 역사보다 평범한 일상을 통해 도시를 기록합니다.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고 보존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로써 영화 속 도시 읽기 첫 번째 시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홍콩, 비엔나, 파리, 뉴욕, 로스앤젤레스, 서울, 도쿄, 브뤼헤, 크레마, 그리고 멕시코시티까지.

우리는 영화를 통해 도시를 읽었지만, 결국 도시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읽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