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속 도시 읽기

그레이트 뷰티는 왜 로마를 가장 아름답고도 공허한 도시로 그렸을까? | 영화 속 도시 읽기 #25

by 시네시티 2026. 7. 6.

영화를 통해 도시의 역사와 문화, 공간과 사람들의 삶을 읽어보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오늘은 영화 《그레이트 뷰티》를 통해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라는 도시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그레이트 뷰티는 왜 로마를 가장 아름답고도 공허한 도시로 그렸을까?
그레이트 뷰티는 왜 로마를 가장 아름답고도 공허한 도시로 그렸을까?

 

 

로마는 흔히 '영원의 도시'라고 불립니다. 약 2,800년의 역사를 품은 이곳은 한때 거대한 제국의 수도였고,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의 중심지였으며, 오늘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로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오래된 유적만이 아닙니다. 수천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공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아침에는 고대 유적 옆을 출근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밤에는 수백 년 된 광장에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로마에서는 역사가 박물관 안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일상이 됩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는 바로 이러한 로마를 가장 시적으로 담아낸 영화입니다. 영화는 화려한 파티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인생의 허무와 아름다움, 그리고 시간이 남긴 흔적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그레이트 뷰티》는 왜 하필 로마를 배경으로 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영화를 따라 걸으며 로마가 어떻게 '영원의 도시'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 도시는 영화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공허한 공간으로 그려지는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로마는 어떻게 '영원의 도시'가 되었을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은 단순한 속담이 아닙니다. 고대 로마 제국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거대한 도로망을 구축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로마가 있었습니다.

기원전 753년, 전설 속 로물루스가 도시를 세웠다고 전해지는 로마는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공화정을 거쳐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지중해 세계를 통치하는 중심지가 되었고, 정치와 법률, 건축, 군사, 언어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서양 문명의 기반을 남겼습니다.

콜로세움과 판테온, 포로 로마노 같은 유적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당시 로마가 얼마나 거대한 도시였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특히 판테온은 약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 건축가들에게도 여전히 영감을 주는 건축물로 평가받습니다.

로마는 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역사의 중심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중세에는 가톨릭교회의 중심지가 되었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브라만테 같은 예술가들이 도시를 다시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바로크 시대에는 광장과 분수, 궁전이 들어서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의 풍경이 완성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트레비 분수와 나보나 광장입니다. 두 공간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니라 바로크 시대 도시계획과 예술이 결합된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거리 하나를 걸어도 고대 유적과 르네상스 건축, 바로크 양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로마만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로마는 '과거를 보존한 도시'라기보다 '과거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 가깝습니다. 오래된 건축물은 박물관 속 전시품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 풍경으로 존재하며, 수천 년의 시간이 지금도 도시의 일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레이트 뷰티》가 이러한 로마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풍경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낸 도시의 깊이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영화는 로마를 어떻게 아름답고도 공허한 도시로 보여주고 있을까?

《그레이트 뷰티》를 보다 보면 로마의 풍경은 관광 엽서처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는 아름다움보다 그 안에 숨은 공허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로마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시작됩니다. 관광객들은 도시의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지만, 곧 한 남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삶과 죽음, 화려함과 허무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예고합니다.

주인공 젭 감바르델라는 로마의 상류사회에서 살아가는 작가입니다. 그는 매일 밤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깊은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영화 속 파티 장면은 음악과 춤, 조명으로 가득하지만 어딘가 공허합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겉으로는 찬란해 보이는 로마의 밤이 사실은 허무와 권태를 감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새벽의 로마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사람들이 떠난 광장, 조용한 골목, 이른 아침 햇살이 비추는 테베레강 주변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젭은 이러한 공간을 홀로 걸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영화는 특히 관광객들이 쉽게 지나치는 장소들을 오래 비춥니다. 이름 없는 골목, 오래된 수도원, 정원이 있는 궁전, 조용한 계단과 골목길은 로마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도시임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감독이 콜로세움이나 트레비 분수 같은 유명한 명소보다, 그 주변을 감싸는 공기와 빛,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더 중요하게 담아낸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관객은 로마의 화려한 풍경보다 그 도시가 가진 시간의 무게를 먼저 느끼게 됩니다.

 

 

 

왜 로마는 젭을 변화시켰을까?

영화의 주인공 젭 감바르델라는 예순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문화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다. 젊은 시절 단 한 권의 소설로 주목받았지만, 이후에는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한 채 로마 사교계의 중심에서 살아간다.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유명 인사들과 교류하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공허해져 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젭은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왜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로마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영화 속 로마는 끊임없이 과거를 보여준다. 고대 유적과 르네상스 건축물,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당과 광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반면 인간의 삶은 너무나 짧다.

젭은 매일 같은 도시를 걷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파티가 삶의 전부였지만, 점차 새벽의 거리와 텅 빈 광장, 수도원의 정원처럼 조용한 공간을 찾기 시작한다. 사람들로 가득 찬 장소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수녀는 젭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평생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살아온 그녀는 화려한 말이나 행동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젭은 그녀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화려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완성된다는 점이다.

영화의 제목인 '그레이트 뷰티(The Great Beauty)' 역시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뜻하지 않는다.

감독이 말하는 위대한 아름다움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화려한 파티가 아니라, 삶을 돌아본 끝에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작은 순간들이다.

로마는 이러한 깨달음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다.

수천 년 동안 전쟁과 번영, 몰락과 부흥을 모두 경험한 도시이기에, 인간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짧은 순간인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젭 역시 로마를 걸으며 자신의 젊은 시절과 사랑, 잃어버린 꿈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더 이상 과거를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완벽한 삶을 찾기보다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도시는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걸으며 삶을 돌아볼 시간을 내어준다.

그래서 《그레이트 뷰티》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로마라는 도시가 한 사람을 성찰하게 만드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레이트 뷰티》를 보고 나면 로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많은 여행자들은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 바티칸을 보기 위해 로마를 찾는다. 하지만 영화는 유명한 관광 명소보다 그 사이를 이어주는 골목과 광장, 새벽의 거리와 오래된 건물에 더 오래 머문다.

그 이유는 로마의 진짜 아름다움이 화려한 유적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 제국의 영광, 르네상스 예술의 번영, 바로크 시대의 화려함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레이트 뷰티》는 그 시간을 가장 시적인 방식으로 담아낸 영화다.

화려한 파티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우리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로마라는 도시를 통해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도시 영화이기도 하다.

 

 

 

내가 읽은 《그레이트 뷰티》

예전 이탈리아 여행을 했을때가 떠올랐다. 처음 간 이탈리아의 유명한 관광지를 보며,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뒤에는 로마의 유명한 관광지나 화려한 건축물보다 그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삶을 돌아보는 젭의 모습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가 아름다움을 특별한 장소에서 찾지 않고 그 속에서 평범하게 흘러가는 순간들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져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에대해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화려한 로마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깊이있게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다시 로마를 찾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아침 일찍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도시 읽기 #25

이번 글에서는 《그레이트 뷰티》를 통해 로마라는 도시를 살펴봤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파티와 웅장한 문화유산 너머에 있는 로마의 시간과 삶을 보여주며, 왜 이 도시가 '영원의 도시'라 불리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다음 편에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통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